“도서관에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만 두라고?”

이혜인 기자
[금요일의 문장]“도서관에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만 두라고?”
도서관에 “모두가 읽고 싶어 하는 베스트셀러만 비치하고 읽히지 않는 책은 버려라. 그렇게 하면 도서관 방문자 수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는 지성과 인연이 없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근래 그런 사람들이 행정 요직을 교육 및 문화 예산을 집행합니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유유) 중에서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스스로를 ‘활자 중독자’라 여기는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공공도서관 사서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는 도서관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니며, 가능하다면 하루 중 반 이상 도서관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도서관이란 “세계는 미지로 가득한 곳이라는 사실에 압도당하기 위한 장소”이자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주는 장소”라고 말한다. 우치다는 도서관에까지 상업성과 인기영합주의를 운영 기준으로 요구하는 현 세태를 비판한다. 도서관은 탐색과 사색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시장 논리가 침투하면서, “지성의 생산성이 급경사를 내려가듯이 저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베스트셀러만 비치하고 방문자 수를 늘리려는 관리자들을 거세게 비판한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에서도 지자체가 작은 도서관 예산을 줄이거나 지원을 중단하는 일이 계속됐다. 그 결정권자들에게 우치다의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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