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슈퍼 IP’, 기동전사 건담이 왔다

김한솔 기자
3일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3일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건담은 19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만든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이다. ‘퍼스트 건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45년 된 건담의 세계관은 방대하다. 건담 시리즈는 크게 ‘우주세기’와 ‘비우주세기’ 작품들로 나뉜다. 우주세기의 작품들은 인류가 우주로 이주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초창기 건담 시리즈들은 연대기적 성격을 띤다. 주인공이 바뀌어도 기본적으로 같은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주세기 외의 작품들은 모두 비우주세기 작품들로 통칭한다. 비우주세기에 해당하는 시리즈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고 독립된 스토리와 주인공을 갖는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우주세기와 비우주세기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 그 중에서도 어떤 시리즈냐에 따라 다른 건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건담의 팬덤은 시리즈별로 고르게 존재한다. 넓고 깊은 세계관, 단단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건담 시리즈는 수십 년 간 애니메이션을 넘어 소설, 건프라(건담 프라모델) 등 여러 방향으로 무한 확장해 왔다. 하나의 훌륭한 지식재산(IP)이 시대를 초월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지는 건담을 보면 알 수 있다.

‘슈퍼 IP’ 건담이 20년 만에 한국에 찾아왔다. 건담 시리즈 중 가장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건담 시드(SEED)’ 시리즈의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이 3일 개봉했다. 2004년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트니> 이후 20년 만에 나온 신작이다. 건담 시드는 후쿠다 미츠오 감독이 처음 선보인 건담 시리즈로, 21세기에 나온 첫 건담이자 새로운 건담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개봉 두달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건담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다.

단순한 로봇 액션이 아닌 철학적 영화

45년 된 ‘슈퍼 IP’, 기동전사 건담이 왔다

건담 팬인 직장인 이유미씨(가명·38)는 건담 시드의 한국 개봉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1월과 3월 건담을 보기 위해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다. 그는 어릴 때 친척 집에서 우연히 본 ‘퍼스트건담’으로 건담의 존재를 알게 됐다. 로봇이랑 잘생긴 주인공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후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건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건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모든 건담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는 ‘전쟁’이다. 로봇 기체가 펼치는 화려한 액션의 이면에는 ‘인류는 과연 전쟁을 멈출 수 있는가?’ 라는 철학적 질문이 깔려있다. 액션 외 극한 갈등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 종과 종 간의 대립, 캐릭터 간의 사랑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다.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발표도 못 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던 유미씨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건담의 캐릭터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어떻게든 문제에 부딪혀 해결해나가려고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감명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쟤들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자신감을 가져야지’ 다짐했어요.”

20년 전 건담을 처음 본 윤영진씨(33) 역시 건담 시리즈에 깔린 철학적 메시지에 반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만화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 유전자 조작처럼 현재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다루잖아요. 주변에도 ‘철학이 담긴 애니메이션’이라고 이야기해요.”

슈퍼 팬덤, 영화 개봉 일정을 앞당기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을 위해 ‘씨앗주주단’이 된 건담 팬덤. 워터홀컴퍼니 제공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을 위해 ‘씨앗주주단’이 된 건담 팬덤. 워터홀컴퍼니 제공

이번에 국내에 건담을 들여온 배급사 워터홀컴퍼니는 건담의 배급 과정을 이씨, 윤씨처럼 지난 20년 간 건담을 간절히 기다려 온 팬들과 함께했다. 건담의 국내 개봉 일정, 특전 제공방식 등을 조율하고 영화를 홍보할 ‘씨앗(Seed) 주주’를 모집한다는 공고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씨앗주주단은 건담 개봉 전 ‘주주총회’를 열어 애초 6월이었던 개봉 일자를 4월로 앞당겼다. 이미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개봉일을 바꾼 것이다. 주현 워터홀컴퍼니 대표는 “개봉 전략을 짜면서 20년간 이 작품을 기다린 팬들이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몇몇 담당자들이 끌어가는 영화가 아닌 팬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일본에서 351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건담은 국내에서도 350개 상영관을 확보했고, 사전 예매만 1만 명을 돌파했다.

4DX로 본 건담···전투신마다 타격감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의 내용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코디네이터)와 보통 인류(내추럴) 간 벌어지는 전쟁이다. 키라 야마토, 아스란 자라 등 인기 캐릭터들의 로맨스도 액션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다뤄진다.

건담 시리즈 중 처음으로 4DX로 제작됐다. 로봇 기체가 허공을 향해 솟아오르거나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 전투하는 장면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친절하진 않다. 초반부터 별다른 설명 없이 곧바로 전투 장면으로 들어가는 만큼, 건담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약간의 용어를 공부해 가는 것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를 보면 팬들이 건담의 세계관을 왜 ‘철학적’이라고 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러닝타임 124분.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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