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진가 정희승(43)과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설치작가 오종(36)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You are a Space-오종 정희승’이란 전시명 아래 누크갤러리(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다.
설치와 사진이라는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지만 전시장은 마치 한 작가의 작품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의 작품이 어우러져 사색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절묘한 어우러짐은 지극한 절제에서 비롯된다. 오종의 입체 작품이든, 정희승의 평면 작품이든 하나같이 작심한 듯 모든 허위들을 덜어내고 그야말로 최소한의 것만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하는 오종은 갤러리 전시장을 자신의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실이나 검은 연필선, 낚시줄 등 몇개의 선으로 관람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의 공간 드로잉 작품들은 하나같이 보일 듯 말 듯하다. 꼼꼼하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작품의 존재 여부조차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의 선들은 직선이고, 각이 날카롭다. 수학적 계산에 따른 선들은 극히 이성적이고 차갑지만 그 선들이 만든 공간은 감성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정희승은 인물, 사물, 공간을 대상으로 피사체의 이면, 내면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미니멀아티스트 아그네스 마틴 책의 더스트 자켓만을 촬영한 작품은 마틴이 추구한 미니멀 아트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25세 여성의 눈 부분을 클로즈업한 작품으로 ‘25years’란 제목을 단 사진은 오종의 벽면 설치작품과 나란히 걸려 사유의 공간을 연출한다. 폭포 사진은 존 버거가 백내장 수술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되는 경험을 기록한 책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기획자인 조정란 누크갤러리 대표는 “서로 다른 언어로 한 공간을 점유하는 두 작가의 작품이 관객과 작품과의 깊은 만남, 나아가 대화의 공간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