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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일 수 없는 역사: 르몽드 '역사교과서' 비평



책/학술

    하나일 수 없는 역사: 르몽드 '역사교과서' 비평

    그 어떤 독단도 금지도 터부도 없이 역사를 읽는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하나일 수="" 없는="" 역사:="" 르몽드="" '역사="" 교과서'="" 비평="">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읽고 기억해야 하는지에 주목해 세계의 역사 교과서를 파헤친다. 이 책은 현대 세계를 만든 토대가 된 19세기 산업혁명부터 다가올 미래까지 세계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밝혀 보이며, 기존의 상식을 뒤흔든다. 또한 21개국의 역사 교과서 서술을 비교함으로써 역사를 이해하는 다른 시선들을 소개하며, 주체적인 역사 인식을 돕는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역사에 대한 설교와 강요를 거부하고 "그 어떤 독단도, 터부터, 금지도 없이" 역사를 읽을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역사학자의 역할은 찬양이나 비난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낡은 상식과 기존의 역사 인식에 도전하는 이 책은 누구든 자유롭게 역사를 읽고 이해하며, 주체적으로 역사를 인식할 것을 제안한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역사 인식과 역사 교육의 방법이란 두 측면에서 한국인들이 참조할 수 있는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서구 혹은 승리자의 입장을 넘어서서 역사 속의 다양한 주체들의 진면모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다원적 역사 이해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식에 도전하는 질문,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교과서 자료, 견해의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담은 새로운 역사 서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오늘의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20세기 역사책으로, 또는 소중한 현대사 교과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극단의 시대’가 낳은 상식과 역사 인식에 도전한다〉(김육훈, 9쪽) 중에서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19세기 자유주의 사상과 산업혁명에 대한 검토부터 현재의 경제 위기와 긴축정책, 그리고 다가올 미래까지 프랑스 고등학교 1~3학년 역사 교과서의 프로그램을 토대로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쟁점을 77개 주제로 다룬다. 이 책은 단편적이고 보편적인 역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에 도전하는 질문과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서술, 사실의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독자 스스로 역사를 읽고 비판하고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기술을 살펴보면,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시즘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간주하려는 움직임에 반기를 들며, 당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독재자가 권력을 장악할 때 재계가 노골적으로 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한 독소불가침조약을 강조함으로써 은연중에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을 지적하며, 전쟁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치스 독일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외에도 자유주의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인지, 파시즘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식민통치가 긍정적 결과를 남겼다는 말이 맞는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념인지, 신자유주의가 무조건 옳은 것인지,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이 맞는지 등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역사에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읽어나간다.

    또한 이 책은 각 주제별로 프랑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카메룬, 시리아, 알제리, 이스라엘, 쿠바 등 21개국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먼로 독트린은 정말 아메리카 대륙을 보호했을까? 이스라엘 국가 창설에 대해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어떻게 배울까?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거부하는 터키에서는 이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독일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역사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제시함으로써 주체적인 역사 인식을 도우며, 20세기 세계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더불어 그동안 역사 기술에서 뒤로 밀려나 있던 비강대국과 비주류 인물에게도 관심을 갖고, 승리자와 패배자의 역사를 객관적이고 동등하게 다룸으로써 서구적 근대화 혹은 20세기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국가의 역사 교과서 발췌문을 살펴보면, 전 세계 모든 주민이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제는 1920~1930년대 농업 집단화로 인한 수백만 명의 희생자에 대한 책임이 레닌과 스탈린에게 있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1846~1849년에 아일랜드에서 대기근으로 1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건의 근본 원인이 자유무역과 시장 경제 때문이었음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처칠 영국 총리가 인도 벵골 주민 약 300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져 있을까? 1943년 인도에 대기근이 발생했을 당시 식량 비축분을 굶주린 인도 주민에게 보내는 대신 이미 식량이 풍부했던 영국군 부대에 수송했다. …… 이 사건이 점차 잊혔다는 사실은 이념전쟁의 승리자가 누구인지를 잘 말해준다.
    ―〈그 어떤 독단도, 금지도, 터부도 없이〉(세르주 알리미, 5쪽) 중에서

    19세기 들어서 무역의 자유를 비롯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확립되었다고 여기는 까닭에 흔히 이 시기를 (정치·경제적…) 자유주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자유주의 사상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1830년 7월혁명과 1848년 2월혁명의 바탕이 되는 한편, 시장 확대와 문명 전파라는 명분으로 식민지 정복전쟁을 정당화하는 구실도 했다. ―〈19세기는 자유주의의 산물?〉(14쪽) 중에서

    미디어 대부분이 사회문제와 인종차별주의의 확산이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히틀러가 권력을 잡게 되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나치스 정당이 재계의 적극적 지원이 없었다면 독일연방의회를 점령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1929년, 대공황으로 히틀러가 권력을 잡았다?〉(54쪽) 중에서

    2004년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의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 중 58%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소련이라고 대답한 프랑스인은 20%에 불과했다. 확실히, 냉전의 승자가 기억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실제로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동부 전선에서는 독일군이 165개 사단이나 동원될 정도였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서부 전선에서는 독일군 동원력이 76개 사단에 불과했다.
    ―〈수차례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76쪽) 중에서

    2004년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저지른 투치족에 대한 대량 학살은 10여 년이 지난 사건이다. 그해 프랑스 나탕 출판사에서 출간한 고등학교 3학년용 교과서에서는 이 비극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기술했다. “르완다에서는 후투족과 투치족 사이에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라는 문장을 “폴란드에서는 나치스와 유대인 사이에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라는 문장을 읽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제3세계에 대한 원조의 대가(156쪽)〉중에서

    【세계의 교과서 들여다보기 ㆍ 팔레스타인】1917년, 영국 외무장관 밸푸어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데 동의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밸푸어 선언’이다. 2005년에 출간된 한 팔레스타인 교과서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이 선언은 전 세계에서 기이한 국제 문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선언의 저자는, 원주인이자 땅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 팔레스타인의 아랍 민족을 희생시켜가며 자기가 소유한 것도 아닌 땅(팔레스타인)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단체(시오니즘 단체)에 넘겼다. 이 때문에 한 나라가 무력에 의해 몰수당하고, 전 민족이 이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량 학살을 위한 신무기(41쪽)〉중에서

    【세계의 교과서 들여다보기 ㆍ 독일】
    독일의 역사 교과서(2007)는 베트남에서 자행된 미군의 학살을 매우 잔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교과서에는 ‘에이전트 오렌지’ 살포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는 상황인지라, 이런 글이 교과서에 실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1961~1971년, 미군은 다이옥신이 첨가된 고엽제,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를 4,400만여 리터나 살포했다. ……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제3세대에게서 심각한 신체 기형이나 뇌의 이상, 유전자 변형 등 고엽제 살포의 피해가 속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장애를 지닌 자녀를 수치스럽게 여기며 그들의 존재를 은폐했다. 다이옥신과 암의 유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탓에 미국 측의 피해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 치욕스런 패배를 안겨준 베트남전쟁〉(113쪽) 중에서

    “시민들은 조작되지 않은 역사를 배울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교육에서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종교적 혹은 정치적 편견을 배제하고 적절한 과학적 접근을 장려해야 한다.” 이는 유럽평의회의 〈역사와 역사 교육에 대한 권고안〉에서 정한 것이다. 국제연합 역시 “어떤 역사 내러티브도 본질적으로 부분적인 관점을 반영하기 때문에 엄밀한 조사에 의해 객관적인 과정이 다 밝혀진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은 그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놓고 격렬하게 논쟁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유럽의 수많은 교과서가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학교에서도 토론식 역사 수업을 중요시하는 것은 스스로 역사를 읽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교과서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로, 역사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다른 분야보다 객관성과 공정함, 끊임없는 논쟁이 필요하다. 르몽드가 역사 교과서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에 대한 크고 작은 권력의 통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역사에 대한 찬양과 비난, 정치적 해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역사는 하나일 수 없다. 국가가 만든 하나의 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하고,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역사 교육이 아니다.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역사란 무엇인지 성찰할 기회와 여러 각도로 역사를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이 책은 오늘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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