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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양육가설| 주디스 해리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다행히 부모가 좀 못해도

[김소영의 내 인생의 책] ③ 양육가설| 주디스 해리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막상 부모가 되고 나니 그중에서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 한배에서 난 아이들이 생긴 것도, 성격도 천양지차인 것에 놀라면서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유전과 환경이 적당히 같이 작용해서라고 얼버무린다. 유전은 그렇다 치고 그럼 똑같은 부모 밑에서 양육된 아이들인데 왜 이리 다른가 의문이 남는다.

미국의 재야 심리학자인 주디스 해리스는 1998년 출간한 <양육 가설>에서 부모의 양육이 자녀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관념을 180도 뒤집는 주장을 펼친다. 소년범, 패륜아 사건이 터지면 결손가정, 부모의 애정 결핍을 운운한다. 편견이긴 하나 가정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관념이 드러나 있다.

해리스는 하버드대를 다니다가 논문의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박사 학위를 못 받고 쫓겨났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35년 후 책의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이 자신의 재학 시 대학원장을 지낸 하버드 심리학자를 기리는 미국심리학회의 최고논문상을 받았다. 양육 가설은 인간의 행동이나 성격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 유전(nature)이냐, 환경(nurture)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300년간 이 논쟁은 유전적 결정론과 후천적 환경론이 대립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과 후생유전학에서는 유전과 환경 사이에 절묘한 상호작용 기제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러한 이분법이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해리스에 따르면 대표적 후천적 요인인 부모 양육의 영향은 미미하며 아이들의 성격은 또래집단 같은 사회적 요인에 더 많이 좌우된다. 빈곤가정 지원 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래집단 등 근거리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맹모삼천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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