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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나치의 인종말살서 유대인 지킨 ‘영웅’

고희진 기자

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강혜정 옮김 |나무옆의자 | 436쪽 | 1만5000원

[책과 삶]나치의 인종말살서 유대인 지킨 ‘영웅’

천둥처럼 울려대는 폭격 소리와 그에 잇따르는 불길이 도시를 뒤덮는다. 건물들이 주저앉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살길을 찾아 헤맨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할 때의 상황이다. 동물원도 전쟁의 광풍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동물원을 탈출해 인명 피해를 낼 수도 있는 맹수들은 일찌감치 사살됐다. 얼마 뒤, 폴란드는 독일에 항복했다. 공격은 끝났지만, 그 자리엔 폐허가 남았다. 그리고 이제 곧 유대인 대학살이란 나치의 광풍이 바르샤바에도 불어올 터였다. 그리고 이때, 무너졌던 동물원은 전쟁의 잔혹함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주키퍼스 와이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 정책에 맞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300명이 넘는 유대인을 숨겨준 바르샤바동물원장 얀 자빈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의 실화를 다룬 논픽션이다. 얀은 돼지를 길러 독일군에 먹일 고기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점령군 장교에게서 동물원 운영을 허가받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동물들과 돼지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유대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부부는 나치에 항거하는 지하운동 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들을 동물원에 숨겨주고 탈출을 도왔다. 그들은 우리에 숨어사는 이들에게 ‘표범’ ‘호랑이’ 등의 별명을 붙여줬다. 멀쩡한 사람들이 동물로 불리는 상황에 동물원은 암호명 ‘미친 별 아래 집’으로 불렸다.

책에는 부부가 유대인들에게 몰래 음식을 배달해주는 과정, 불쑥불쑥 찾아오는 독일인에 피아노 연주로 유대인들에게 숨으라는 신호를 줬던 상황 등이 담겨 있다. 다이앤 애커먼은 나치의 이데올로기가 보여준 광기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함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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