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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7주년, 신세계를 설계한 사람들

김창길 기자
서울신문 갤력시 노트 전면 광고

서울신문 갤력시 노트 전면 광고

신문 광고를 하나 들여다봤다.

“모든 순간을 가장 나답게. 배경을 흐리게 하거나 선명하게 조절하는 ‘라이브 포커스’. 사진의 피사체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배경을 흐리게 하거나 선명하게.”

배낭여행을 하던 한 청년이 해안 절벽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광고 카피는 모두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 ‘모든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배경을 흐리게 하거나 선명하게’ 조절하면 가장 ‘나답게’ 찍은 사진이 될 수 있다. ‘Galaxy Note 8’이라는 문자 기호와 사진에 나타난 스마트폰만 없다면, 광고는 영락없이 카메라 선전이다. 다른 스마트폰 광고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옥외 입간판 광고는 대형 사진 한 장을 내건다. 카피는 한줄 뿐이다. ‘아이폰으로 찍다.’ LG V30는 동영상을 강조한다. ‘찍는 순간 영화가 되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세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Capturing and sharing the world‘s moments).”

납작 카메라 스마트폰 광고 카피는 아니다. 사진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슬로건이다. 인스타그램이 앱스토어에 처음 선을 보였던 건 7년 전, 2010년 10월 6일이다. 당시 나이 27세에 인스타그램을 선보였던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이렇게 단언했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오늘날 우리에게 딱 맞는 의사사통 도구다.”

그의 단언은 현실이 됐다. 인스타그램은 출시 1년도 안 돼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인스타그램 개발 초기부터 눈독을 들이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이듬해인 2012년 4월, 거금 10억 달러를 내놓으며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주커버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진의 공유성과 확장성에 주목했다. 사진은 문자나 말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전 세계인의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본격적으로 망을 확장하던 시기에 인과관계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 있었다. 옥스포드 대학이 2013년 올해의 단어를 ‘셀피(selfie. 우리나라에서는 ’셀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이는)’로 선정했던 것.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뒤쫓고, SNS가 사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할 즈음에, 사진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스마트폰으로 셀카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 현대인의 전형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보다 앞섰던 페이스북의 출발도 사진이었다.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마크 주커버그는 2003년 11월 2일 페이스매시(Facemash)라는 간단한 사이트를 만들었다. 교내 전산시스템에서 해킹한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올려놓고 인기투표를 진행하는 사이트였다. 인기는 대단했다. 사이트 개설 4시간 만에 400여명이 모였고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은 2만 번 넘게 노출됐다. 물른 그의 짖꿎은 장난은 논란이 됐고, 간신히 퇴학 조치를 모면했다. 페이스매시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가 외모로 하버드에 입학했는가? 아니다. 우리는 외모로 판단될까? 그렇다.”

‘얼굴 사진첩’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의 출발은 말 그대로 얼굴 사진에서 출발했다.

마크 주커버그 인스타그램

마크 주커버그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어렸을 적부터 장난감보다 카메라를 더 좋아하는 사진광이었다. 인스타그램의 한 핵심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도 여자 친구의 사진에서 발견했다. 그의 여자 친구는 셀피 사진을 SNS에서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자 친구가 자기 사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것. 실물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그녀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어야겠다 싶었다. 해결방법도 간단했다. 인스타그램에 뽀샤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필터를 장착했다. 즉석 전송 카메라 인스타그램(Instagram : Instant + telegram)은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전 세계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액정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케빈 시스트롬이 찍은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다.

케빈 시스트롬의 여자 친구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도 자기 모습이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를 바란다.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 종종 듣는 얘기도 뽀샤시하게 포토샵 작업 좀 해달라는 여성들의 요청이다. 이해한다. 그녀들의 심정을. 일간신문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자기 얼굴이 퍼져나가는데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성의 심정을 미술평론가 ‘존 버거(John Berger)’는 ‘여성의 시선’에서 찾는다.

“남자들은 행동하고 여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남자는 여자를 본다. 여자는 남자가 보는 그녀 자신을 관찰한다. 대부분의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 여자 자신 속의 감시자는 남성이다. 그리고 감시당하는 것은 여성이다. 그리하여 여자는 그녀 자신을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특히 시선의 대상으로.”

- Ways of Seeing. 1972년

시선의 대상이 된 여성은 뽀샤시하게 잘 나와야 한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케빈 시스트롬은 이런 여성의 심정을 필터 하나로 해결했다. 아니 해결책은 아니다. 눈가림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의 세계를 더 공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공유되고 있는 사진들은 필터링된 이미지들이다.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모두 필터 기능을 사용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셀피를 찍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필터 작용을 거친다.

디지털 세계의 사용자들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처럼 사진을 찍고 난 후, 시간이 지난 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미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지는 거울처럼 스마트폰 액정에 바로 반영된다. ‘거울아 거울어 어떤 각도가 제일 아름답니?’라고 물으며 제일 멋진 순간의 장면을 떼어내어 저장하고 전송한다. ‘떼어내어’ 선택하는 과정이 바로 필터링이다. 백설공주가 될 수 없는 얼굴들은 여과지를 통과할 수 없다. 여과지가 많을 수록 세상은 공주들로 가득한 멋진 신세계로 변신한다. 이 세상 저편에서 굶주리고, 고통받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스타그램에서 찾아 보기 힘들다. 마크 주커버그는 전지구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특이한 접근법을 갖고 있다. 그는 “어떤 누군가에게는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당장은 자기 집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다람쥐가 더 큰 관심사일 수 있다”고 말했단다. 사회적 공감능력도 필터링되는 것같다. 아이러니는 자기 집 앞에 죽은 다람쥐를 걱정하는 사람이 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망을 확보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멋진 신세계를 만드는 것,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전략과 공유된다. 현실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남루하며, 끔찍하다. 이런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듀얼 카메라가 해결한다. 외식을 할 때, 데이트를 할 때, 여행을 할 때만이라도 나는 아름다운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며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듀얼 카메라의 한 렌즈는 그런 기쁜 나의 표정을 포착하고, 나머지 하나의 렌즈는 배경이 된 세상을 흐릿하게 담아낸다. 어지럽고 조잡했던 세상은 아웃포커스로 촬영되며 산뜻한 수채화의 세상이 된다. 이제 남은 일은 깜찍하게 찍힌 나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합성하는 것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알아서 처리해준다. 합성 사진을 찍어내는 듀얼 카메라와 인스타그램은 협력한다. 힘들고, 짜증나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걸러진다. 인스타그램 사진첩은 멋진 신세계다. 접속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매트릭스다.

매트릭스에 접속해 안식을 찾는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힐링과 향수가 최고라고 몰아가는 요즘의 분위기에서 본다면 구원의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루한 현실로 돌아왔을 때, 한번쯤은 그 매트릭스의 설계도와 설계자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신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고, 그 스마트폰으로 SNS에 자주 접속할수록 미소 짓는 사람들은 바로 그 설계자들이다. 스마트한 신세계에 접속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설계자들의 호주머니는 두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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