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고 전시회 초대권 받자!

철,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백승찬 기자

금은 욕망을 충족시켰지만, 철은 역사를 움직였다. 고대 히타이트 사람들이 휘두른 쇠칼에서부터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까지, 철은 힘이 셌다. 독일 정치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연설이나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철과 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는 인류사에서 철의 역할과 가치, 의미를 거시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인류가 자연에서 처음 철을 얻은 순간부터 철이 삶과 권력에 미친 영향까지를 거시적으로 돌아보는 ‘빅 히스토리’적 관점을 채택했다. 철은 부식이 잘돼 전시할 수 있는 물품을 구하기 어려운데다가, 금, 은, 청동처럼 예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어 기획 전시를 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존 처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시할 수 있는 철제품이 늘어나 이번 특별전이 성사될 수 있었다.

1부 ‘철, 인류와 만나다’에선 여러 지역의 철 문화를 살핀다. 인류는 철광석이 포함된 채 하늘에서 떨어진 운철(隕鐵)에서 처음 철을 접했다. 철에 신성함을 부여한 인류는 이후 하늘이 철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최초로 철기문화를 이룩한 히타이트는 철제 검, 갑옷, 전차로 정복사업을 벌여 서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했다. 기원전 1200년쯤 히타이트가 멸망하자 제철 기술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로 퍼져나가 인류는 본격적인 철기 시대를 맞이했다. 현재 터키와 아르메니아 지역에 위치한 우라르투의 ‘철심이 박힌 청동칼’, 한나라의 쇠도끼, 마한의 쇠집게가 이 시기의 산물이다.

기원전 10~8세기쯤 우라르투에서 제작된 철심이 박힌 청동칼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기원전 10~8세기쯤 우라르투에서 제작된 철심이 박힌 청동칼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부 ‘철, 권력을 낳다’는 철기의 등장과 국가 권력의 탄생을 연결한다. 철의 강력한 성질은 더 높은 생산력과 무력의 추구로 이어졌다. 비교 연구 결과, 쇠도끼는 돌도끼보다 4배의 효율성을 갖는다. 철을 이용한 생산력의 증가는 개인이나 작은 공동체의 필요를 넘어서는 잉여 생산물을 만들었고, 이는 국가 공동체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다량의 덩이쇠는 철이 곧 권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의 어도(御刀)와 대한제국의 예도(禮刀)는 철에 깃든 권력의 속성과 이를 아름답게 세공하는 기술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란의 큰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란의 큰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선 민중의 삶 속에 스민 철을 살핀다. 철은 전쟁이 나면 사람을 죽였지만, 전쟁이 끝나면 사람을 이롭게 했다. 밥을 짓는데 철솥을 사용했고, 철제 도구로 나무를 가공했으며, 철로 자물쇠를 만들기도 했다. 서산 보원사지의 철제여래좌상은 별도의 공간에 전시돼 다양한 빛에 따라 변하는 신비로운 느낌을 볼 수 있게 했다. 730점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11월26일까지 열린다.

조선의 철제은입사자물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의 철제은입사자물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9세기 통일신라 시기 제작된 철제여래좌상

9세기 통일신라 시기 제작된 철제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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