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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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미국에서 결핵 예방을 위한 BCG 백신 접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부터 제1형 당뇨 환자들을 보호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될 경우, 코로나19 취약 계층인 1형 당뇨 환자를 위한 추가적인 보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팀은 18일 BCG 백신 예방접종이 코로나19와 기타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15일 해당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리포트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게재했다.


BCG는 소에서 분리한 결핵균(Mycobacterium bovi)을 비병원성(무독성)으로 만들어 결핵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도록 만든 결핵예방 백신이다. BCG 백신은 특히 소아의 결핵과 결핵성 뇌수막염 등 중증 결핵과 다양한 감염병 발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1921년 처음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해 역사상 가장 많이 접종한 백신으로 알려졌다. 여태껏 전 세계 30억~40억명이 BCG 백신 예방 접종받았으며 매년 신생아 1억2000만명이 접종받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제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성인 14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44명 중 96명은 BCG 백신을 접종했고 나머지 48명은 위약을 투여했다. 참가자들이 당뇨를 앓은 기간은 평균 17년이었다.


이 임상시험은 원래 BCG 백신에 대한 성인 제1형 당뇨 환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진행된 임상2b상 연구의 일부였다. 모든 임상시험 참가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하기 2년 전부터 BCG 백신 또는 위약을 3차례 접종받았다. 연구팀은 이후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인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5개월 동안 참가자를 추적·관찰했다.

관찰 결과,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대한 BCG 백신 효과는 92%에 달했다고 밝혔다. 위약 투여군 중 12.5%(6명)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동안 BCG 백신 접종군에서 코로나19에 걸린 환자 비율은 1%(1명)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증상과 항체 검사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렸다.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이용하면 위약군의 코로나19 양성률은 10.4%(5명), BCG 접종군은 0%(0명)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또 BCG 접종군이 코로나19 감염률뿐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증상, 코로나19 항체 수준과 전반적인 감염질환 발생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2023년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향후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또는 다른 병원체에 대한 보호효과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항원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현재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BCG 백신의 작용 기전은 특정 바이러스나 병원체 감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연구팀은 BCG 백신 효능이 나타나기까지 1~2년이 걸리지만 수십 년 동안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BCG 백신이 감염병에 대한 보호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인 제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젤 독트렐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환자들이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 여러 번 BCG 백신 접종을 받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연구"라며 "참가자들은 임상시험 전에 결핵에 걸렸거나 BCG 백신 접종을 받은 적이 없어 연구 결과를 교란하는 요인이 제거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BCG 백신이 임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내구성이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