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만난다. SK(034730)그룹이 최근 빌 게이츠의 벤처 기업이자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 회장이 평소 코인(가상자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가상자산 반대론자인 빌 게이츠와의 만남도 주목된다. 최 회장이 가상자산에 대한 빌 게이츠의 의견을 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 연합뉴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말부터 8월 초까지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출장에서 최 회장은 빌 게이츠를 만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빌 게이츠를 만나기 위한 스케줄을 조율 중”이라며 “MS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방문해 빌 게이츠와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테라파워 투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테라파워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이다. SMR은 탄소 배출량이 적고 발전 효율과 안전성이 높아 ‘꿈의 원전’이라고 불린다. 빌 게이츠는 2006년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전 세계에 SMR 400~1000기가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빌 게이츠와 가상자산과 관련된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대표적인 가상자산 옹호론자다. SK그룹의 투자사업을 맡고 있는 SK스퀘어(402340)가 지난 3월 자체 코인 발행 계획을 공식화했다. SK스퀘어의 가상자산이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과 연계될 가능성도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에서 분할 상장한 후, 첫 투자처로 국내 코인거래소 코빗에 9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5%를 인수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코인 반대론자로 유명하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더 멍청한 바보 이론(the greater-fool theory)’에 기반해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빌 게이츠와 가상자산 관련 의견을 교환한 뒤 어떤 판단을 할지에 따라 향후 SK그룹의 코인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미국 기업인들과 탄소중립과 관련된 의견도 나눌 계획이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를 흡수,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