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성찰, 여행의 모든 것
역마살. 네이버 지식사전을 찾아보니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이라고 한다. 세계 방방곡곡을 헤매 다니는 걸 보면 내 사주에 역마살이 끼긴 꼈나 싶지만, 이리저리 떠도는 게 액운인 건 딱히 와닿지 않는다.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떠나는 건 나의 로망인데.
왜 여행을 하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행을 하는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을 때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훔볼트처럼)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 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여행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자연의 광활함 앞에 서면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물론 알랭 드 보통은 어떠한 질문에도 간단명료한 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직설적인 질문을 던질 리도 없다. 그렇다면 위의 질문과 답은?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고, 드 보통의 문장 중 내 마음에 드는 걸 답으로 고른 것뿐이다. 질문에 대한 답이 틀렸다고 보는가? 다른 질문을 하고 싶은가? <여행의 기술>을 추천드린다. 문학과 예술의 힘을 빌려 여러(아주 여러!) 각도에서 여행의 모든 면을 조명하는 책이기에, 당신이 어떠한 질문을 던지더라도 가슴에 와닿는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역마살 낀 나에게 와닿은 구절은?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