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업,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2)대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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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간 평균 매출액이 16억원에 이르는 알짜 강소기업이 있다. 직원 한 명이 연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무려 7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도 40%가 넘는다. 얼핏 들으면 잘나가는 온라인게임 업체나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떠오른다. 그런데 제조업체다. 그것도 수도권이 아닌 경남 창원에 소재한 기업이다. 바로 대호테크라는 기업이다.

대호테크는 1989년에 문을 연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기업이다. 광학제조 장비, 산업용 로봇, 컴퓨터 수치제어(CNC) 제어장치, 전자제품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임직원 60여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한 해 벌어들이는 매출액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년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임직원 1인당 약 16억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대호테크가 올린 매출액은 2015년 기준 863억원, 영업이익 386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으로서는 이례로 높은 수준인 40% 이상이다. 2013년, 2014년에도 매년 매출액이 약 2배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044억원(영업이익 42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올해보다 두 배 증가한 2000억원(영업이익 600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3D 강화유리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대호테크도 호시절을 맞았다.

이 같은 성장을 거치면서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는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대호테크 본사는 창원에 있다. 지난해에 코스닥 상장사 넥스턴을 인수하면서 로봇장비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넥스턴 외에도 아로텍, 드림4D, 대쉬로보틱스 등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력 사업은 3D 강화유리 성형장비…회사 성장 원동력

대호테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주력 품목인 3D 강화유리 성형장비의 호재 덕분이다. 대호테크는 2012년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3D 강화유리 성형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른바 '에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굴곡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유리를 이에 맞게 성형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대호테크는 곡면 장비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련 특허를 포함, 총 34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굴곡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대호테크는 해당 장비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3D 강화유리 성형장비의 중국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3D 강화유리가 들어가는 구부러진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속속 채택되면서다. 삼성을 포함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늘리는 추세다.

굴곡형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원리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가열' '성형' '냉각' 단계를 거친다. 평면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는 2D로 부른다. 3D 강화유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위에 덧씌우는 곡면 유리다. 3D 강화유리 사업에 진출하는 중국 업체가 수입하는 성형장비 대부분은 대호테크 장비다. 대당 가격은 약 2억6000만원이다. 중국 기업 보은광쉐(BIEL)와 란스커지(LENS)가 강화유리 제조 시장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기업은 대호테크 장비로 유리를 가공한 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유리를 납품한다.

대호테크 3D 강화유리 성형장비는 열 성형 방식으로 가공한다. 2D 유리를 금형에 넣고 열을 가한다. 열이 가해진 유리를 고객사 요구에 맞춰 구부린다. 이 상태로 유리를 냉각하면 곡면 형상이 유지된다. 연마(Polishing) 공정을 줄이고 곡률 구현 정밀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대호테크 수출액은 2013년 48억원, 2014년 251억원, 2015년 55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 300에도 선정됐다. 월드클래스 300은 매출 400억~1조원 규모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5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15% 이상이거나 최근 3년 동안 지출된 연구개발(R&D)비가 연매출 2%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다.

◇코스닥 상장 기업 넥스턴 인수…신성장 동력 확보

대호테크는 지난해 넥스턴을 인수했다. 넥스턴은 컴퓨터수치제어(CNC) 장비 개발 전문 기업이다. CNC 자동선반과 의료용 CNC 장비를 제작한다. 대호테크가 넥스턴을 인수한 이유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다. 넥스턴은 45㎜, 56㎜, 67㎜ 가공경을 갖춘 주축이동형 CNC 자동선반을 개발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넥스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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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턴 매출액은 2013년 220억원(영업이익 34억원), 2014년 205억원(영업이익 40억원), 2015년 161억원(영업이익 16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743억원(영업이익 192억원)으로 급증했다. 대호테크 인수 효과다. 넥스턴이 지난해 3분기에 유리 성형장비 174대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대호테크 유리 성형장비를 중국 기업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넥스턴은 이미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국내외 연구기관 10곳과 컨소시엄을 구성, 로봇 3차원 심장 혈관 가시화 기술 기반 지능형 중재시술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팀은 2018년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임상 시험에 들어가 2020년에 심장 혈관 통합 시술이 가능한 최종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들도 쟁쟁하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임상 연구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엔진 개발에 참여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기계연구원(KIMM),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 미국 퍼듀대는 요소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프로젝트는 3차원 심장 매핑 시스템과 혈관 가시화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AI 엔진을 장착, 의사에게 시술 계획과 시술 경로를 조언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프로젝트 개발이 완료되면 심장 혈관 시술의 정확성은 높이고 소요 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외산 장비에 의존해 온 만큼 장비 국산화의 의미도 크다.

◇중견·대기업 못잖은 직원 복지로 유명…장기근속 유도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는 '삼일사석육일십(三壹四碩六壹拾)'을 강조한다. 이는 '서른 살에 1억원을 벌고, 마흔 살까지 석사 학위를 따고, 예순 살에는 10억원을 모으자'는 의미다. 정 대표는 한해 9~10%에 육박하는 연봉 상승률과 성과급 지급으로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대호테크는 '삼일사석육일십(三壹四碩六壹拾)'이라는 목표에 맞춰 직원 복지체제를 갖췄다. 퇴사율이 5% 미만일 정도로 직원 충성도가 높다.
대호테크는 '삼일사석육일십(三壹四碩六壹拾)'이라는 목표에 맞춰 직원 복지체제를 갖췄다. 퇴사율이 5% 미만일 정도로 직원 충성도가 높다.

정 대표는 벌어들인 만큼 직원에게 돌려준다. 성과를 올린 직원에게 돌아가는 보상도 확실하다. 회사가 올린 이익 10%는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성과급 수시 보상 체제를 마련, 직원을 격려하고 근로 의욕을 끌어낸다. 회사 차원에서 직무발명보상제를 운영해 직원 아이디어를 공모, 적용한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면 해당 직원에게는 최대 1억원의 보상금을 준다.

지난해에는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 4억원을 돌파한 직원이 나오기도 했다. 직원에게 결과물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제공,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끌어낸다.

또 정부에서 운영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를 활용, 신입사원 및 핵심 직원 대상으로 목돈 마련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제를 이용하는 직원은 물론 사업주도 매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 따르는 만큼 사업주 입장에서는 선뜻 택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대호테크는 양 제도를 이용, 핵심 직원과 신입 직원 혜택을 강화했다.

◇복지도 중견·대기업 수준

대호테크가 제공하는 복지 제도는 중견·대기업 못지않다. 회사 기숙사 제공은 물론 사내식당에서 조식, 중식, 석식을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경조사가 발생하면 경조금을 지급한다. 결혼 및 주택 마련 등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는 자금 대출을 제공한다.

한 번 입사하면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호테크에는 정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원복지 체제 덕에 대호테크의 1년 이상 근무자 퇴사율은 5%대를 밑돈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는 '젊어서 기술을 익혀 60세에 기술 유목민이 되자'는 경영철학으로 인재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는 '젊어서 기술을 익혀 60세에 기술 유목민이 되자'는 경영철학으로 인재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 경영 철학 키워드 '인재'

정 대표가 내세운 경영 철학은 '젊어서 기술을 익혀 60세에 기술 유목민이 되자'다. 젊었을 때 기술을 익혀야 기술자로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직원 개개인이 기술 개발 역량을 길러서 전문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녹아 있다. 대호테크가 직원 복지를 강화한 이유도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 대표의 의중이 담겨 있다.

정 대표가 인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인재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다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우수 인재의 중요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대호테크의 영업이익률 40% 돌파도 인재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술 우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유수 기업과 경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지방 중소기업은 불리한 위치와 대우 등으로 우수 기술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정 대표는 이를 현실 방안으로 극복했다. 자체 인력을 고급화하는 것이다. 대호테크가 세계 최초로 3D 강화유리 성형장비 개발에 성공할 수 있게 된 원동력도 중견·대기업 부럽지 않은 인재 풀을 갖춘 덕분이다.

대호테크에서는 이를 위해 자사 직원의 상급 학교 진학 등록금을 지원한다. 박사 학위까지도 학비 지원 대상이다. 60명 남짓한 회사에 고졸 출신 박사만 10여명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인재 투자에는 아끼지 않는 것이 정 대표의 뚝심이다. 그가 뿌려 놓은 투자는 오늘날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