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불 뿜는 대신 웃음으로 인간의 친구가 된 용…중앙아시아의 옛이야기

심혜리 기자

용감한 보스테리 외 4권

아셀 아야포바 글·권아라 그림·이미하일 옮김 |비룡소 | 각 36쪽 | 각 1만2000원

[어린이책]불 뿜는 대신 웃음으로 인간의 친구가 된 용…중앙아시아의 옛이야기

이솝 우화와 안데르센 동화에 익숙한 국내 어린이들에게 중앙아시아의 옛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 출간됐다.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현지 작가가 쓴 ‘중앙아시아 옛이야기 그림책’시리즈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그림은 중앙아시아 작가들과 협업해 현지를 여행한 한국 화가들이 그린 작품이다. 기획된 10권 중 5권이 선출간됐다. 나머지 5권은 내달 말 나올 예정이다.

투르크메니스탄 편인 <세상에서 가장 잘 웃는 용>은 이 나라의 작은 마을 아나우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른 용들처럼 불을 뿜지 못해 슬퍼하는 아기용 미르하이에게 엄마용은 “불은 용이 가진 무기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다독이며 미르하이에겐 다른 장기가 있다고 독려한다. 그것은 잘 웃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 웃는 용이 되겠다고 결심한 미르하이는 웃음 덕분에 용으로선 최초로 인간들과 친구가 된다. 남들과 같진 않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세상을 빛나게 만드는 미르하이의 이야기는 실제 이 지역에서 비석으로 기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카자흐스탄 옛이야기인 <새해는 언제 시작될까?>에선 새해를 매년 3월22일 맞이하게 된 유래를 그리고 있다. 한국의 설날과 비슷한, 가장 큰 명절 ‘나우리즈’에 대한 이야기다. 한 해를 대표하는 열두 동물이 모여 ‘새해를 맞이하기 좋은 계절’에 대해 회의를 한다. 각 동물은 자신의 계절을 가장 생생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설명한다. “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즐거워. 따사로운 태양은 뽀송뽀송한 이불처럼 나를 감싸주고, 나무그늘은 포근한 잠자리가 돼주지.” 원숭이가 말한다. 반면 양과 말은 가을이 “탐스럽게 익은 곡식들이 선물처럼 발밑에 놓여 있는 계절”이라고 얘기한다. 돼지와 표범은 눈으로 온 세상을 하얗게 변하게 하는 겨울은 농부들에게도 휴식을 주는 시간이라며 겨울이 새해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찾아온 선물”이자 “새로운 생명들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시간, 새싹과 공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시간. 새로운 가족들이 생기는 때”인 봄에 모든 동물들이 설득되고 만다.

타지키스탄 편인 <사랑에 빠진 공주>는 전통 악기 ‘나이’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키르기스스탄 <용감한 보스테리>는 이식쿨 호수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우즈베키스탄 옛이야기 <나르와 눈사람>은 이 지역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화다. 어쩐지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그들의 설화와 민담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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