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나(Fortuna)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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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Fortuna)의 눈동자’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토정비결이나 운세(運世)에 기웃거린다. 새 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 없는 일이다. 연말은 연초의 기대와 달리 언제나처럼 기대 이하의 결과를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경우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일본 극우 성향의 인기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樹)의 소설 <포르투나의 눈동자>(오근영 譯)가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운명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서다. 포르투나(Fortuna)는 운명과 행운의 여신을 말한다.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티케(Tyche)와 같은 신이다.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어린 시절 화재로 부모와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 신이치로. 친구도, 애인도 없이 집과 자동차 정비소를 오가며 묵묵히 일에만 열중하는 고독한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투명한 사람을 발견한다. 처음엔 손만 투명한 사람이었지만 몸통 전체가 투명한 사람도 있었다. 신이치로는 그의 뒤를 쫓는다.

<투명인간은 역에서 나와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신이치로는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남자의 10미터 정도 뒤를 쫒았다. 눈앞의 와이셔츠와 바지를 바라보고 있던 신이치로는 남자의 모습이 아까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전철 안에서는 희미하게 보였던 윤곽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벽한 투명이었다. 이 변화는 뭘 말하는 걸까 (…) 남자가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건넜을 때 녹색 신호등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신이치로는 남자를 따라잡으려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음 순간 귀를 찢을 듯한 브레이크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신이치로의 눈앞에서 오토바이에 치인 셔츠와 바지가 허공을 날았다. 셔츠와 바지는 허공을 몇 미터 날아가 도로에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주인공은 그때 깨달았다. 몸이 투명해 보이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임을. 그는 타인의 운명을 볼 수 있는 ‘포르투나의 눈’을 지닌 것이다. 뜻하지 않게 갖게 된 이 능력을 통해 그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운명에서 몇 번이고 구해낸다. 신이치로는 여기서부터 심한 갈등을 느낀다.

“자네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군.”

<불현듯 다가선 어느 남자의 말에 신이치로는 전율한다. 순간적으로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그는 분명 ‘보이는 모양이군.’이라고 말했다. 설마 그걸 의미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침착해야 해! 동요를 들키면 안 돼.>

“뭐가 보인다고 하시는지 …… 모르겠습니다.”

중년남자는 다시 빙긋이 웃더니, 벤치 뒤에서 천천히 앞으로 돌아 신이치로 옆에 앉았다.

“자네가 어떤 남자를 살린 것 때문에 다른 여자가 죽은 건 어떻게 설명하지? 내 말을 잘 기억해두게. 자네는 그때 신주쿠 밤거리에서 빈 깡통을 발로 찼을 뿐이야. 그리고, 6개월 뒤에 아이치 현 아파트에서 여자가 살해당했다고.”

신이치로는 속으로 ‘앗!’ 하고 외쳤다. 그의 말이 맞다. 빈 깡통이 구르는 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그의 ‘죽음’이 비켜갔다. 그러나, 그 남자는 6개월 뒤에 여자를 죽였다. 즉, 그의 말처럼 여자의 운명이 바뀐 건 고작 빈 깡통 하나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만약 자신의 인생이 서른 살에 끝난다는 걸 안다면 누구라도 전혀 다른 삶을 살겠지.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끝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맹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거야.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진정으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 왜냐하면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아무 근거도 없이 말이야.”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답은 없다.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안다는 것도 의미가 없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운명이다. 그것이 바로 ‘포르투나의 눈’에 보이는 운명임과 동시에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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