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넘게 살고 있는 부부(夫婦)나무 이야기
-시즈오카(靜岡) 역사 탐방(4)
필자는 시즈오카(靜岡)에서 기차를 타고 시미즈(淸水) 항에 갔다. 순간, 커다란 배가 고동소리를 울리면서 다가왔다. 이 배는 스루가(駿河) 만(灣)을 오고가는 페리(ferry)이다. 배에 오른 필자는 뱃머리에서 바람과 대화하면서 후지산(富士山) 쪽을 바라봤다. 후지산은 언제나처럼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는 한 시간 정도 항해한 후 건너편 항구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바라본 후지산 |
페리(ferry)를 타고 건너편 반도로
항구의 이름은 도이(土肥)였다. 배에서 내리자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왔다. 여인들은 수국(水菊)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국과 관광객들 |
필자는 거기에서 아마기(天城) 산맥을 넘는 버스를 탔다. 이곳은 우리의 과거 대관령보다 더 험악한 산길이다. 멀리서 차가 오면 마냥 기다려야 하고, 이쪽에서 차가 가면 또 기다리고...
순간 이시카와 사유리(石川さゆり)의 노래 <天城 越え/ 아마기 산을 넘어>가 떠올랐다. 필자가 젊은 시절 일본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감출 수 없는 잔향(殘香)이
어느새 당신에게 배었네.
아흔 아홉 구비 정련의 폭포
춤추듯 나부끼며 떨어지는
등 너머의 당신...
노랫말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이곳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의 단편 소설 ‘이즈의 무희(伊豆の踊子)’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슈젠지(修善寺) 온천
필자는 온천 입구에서 내려 마중 나온 차를 타고서 체크인을 했다. 호텔에서 나와 산책을 하던 중 신사(神社) 하나를 발견했다. 입구에 쓰여 있는 ‘800년 부부 나무’에 대한 안내문이 특이했다.
‘예로부터 부부 원만과 자녀 육성, 그리고 성취를 위한 신사입니다.’
필자의 호기심 천국(?)- 머뭇머뭇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부부 삼나무 |
신사 안에는 아름 들이 나무들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부부 나무가 있었다. 한 뿌리에서 자란 스기나무(삼나무)의 가지가 800년 동안 함께 하고 있었다.
나무로부터 배운 교훈(敎訓)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 어귀에도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 나무, 부부 나무’ 등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자연 현상에 의해서 자란 나무를 사람들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만든다. 꾸민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얄밉지 않으니 좋은 것이다.
필자는 그 신사를 나오면서 유명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소설 <나무>의 한 문장을 생각했다.
<나무는 줄기가 굵어지면서 이리저리 비틀림이 생기고, 껍질이 뿌드득거리며 갈라진다. 그러면서도 봄이 되면 가지마다 이파리가 파릇파릇 돋아난다.>
그리고, 그의 유명한 <상상력 사전>(열린 책들) 중 부부(夫婦)에 대한 글도 떠올려봤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하게 부부가 되려고 한다....스물다섯 살에서 서른 살 사이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은 몇 층 밖에 지어지지 않는 고층 빌딩과 유사하다...하지만, 그들이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 이혼이 이토록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기대치를 높이다 보면 실패할 수 있다.
슈젠지 온천의 개천 |
필자는 일본의 온천지대에 있는 작은 신사에서 부부(夫婦)에 대한 가르침을 배우고서 언덕길을 올랐다.
개천에서 ‘톡톡’ 튀면서 돌멩이들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맹랑한(?) 물방울들이 귀엽기 그지없었다.